사람들은 왜 위험한 화산 옆에서 살아갈까?
뜨겁게 들끓는 땅, 언제 분출할지 모르는 공포, 그리고 그 아래에서 이어지는 일상.
화산 거주지 여행은 단순한 스릴 넘치는 체험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화산 바로 곁에서 살아가는 전 세계 대표적인 5대 화산 거주지를 중심으로, 그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여행자가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들을 소개한다. 자연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직접 마주하는 여정이다.
1. 이탈리아 나폴리 – 베수비오 화산 아래의 천 년 도시
베수비오 화산은 서기 79년,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을 순식간에 삼킨 전설적인 화산이다.
하지만 오늘날 수백만 명이 여전히 그 바로 아래 나폴리와 인근 마을에서 일상을 이어간다.
왜 그들은 떠나지 않았을까?
- 풍부한 토양과 농업 생산성
- 문화·관광 자산으로서의 경제 가치
- 화산 감시 시스템이 고도화되어 분출 예측이 가능하다는 믿음
여행 포인트
- 베수비오 국립공원 화산 분화구 트레킹
- 폼페이 유적 탐방과 로마시대 화산 흔적 체험
- 나폴리 피자 속 토양의 역사: 화산재가 만든 밀의 풍미
2. 일본 구마모토현 – 아소산의 품에서 살아가는 마을들
일본 규슈 지방의 아소산은 세계 최대 칼데라 중 하나이며, 현재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살아 있는 화산이다. 그 주변에는 수많은 온천 마을과 농업 지역이 밀집되어 있다.
왜 여전히 거주하는가?
- 화산 주변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고온 온천지대
- 화산재를 활용한 농업(특히 뿌리작물) 발달
- 지진·화산에 적응해 온 일본식 건축 기술과 경고 시스템
여행 포인트
- 아소 화산 박물관에서 실시간 분화 데이터 확인
- 칼데라 분지 안의 유기농 목장 체험
- 유후인, 구로카와 온천 등 화산의 선물인 온천마을 탐방
3. 인도네시아 자와섬 – 메라피 화산과 함께 사는 삶
메라피 화산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위험한 활화산 중 하나로, 2~4년 간격으로 반복적인 분출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아래 자와섬 중부 지역에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화산과 함께 살아간다.
이유는 무엇일까?
- 화산재가 만든 비옥한 토양, 인도네시아 쌀농사의 핵심지
- 힌두-불교적 세계관 속 ‘화산은 신의 거처’라는 인식
- 피해보다 생존의 기술이 더 정교해진 공동체 운영 방식
여행 포인트
- 메라피 화산 지프 투어: 화산재 위를 달리는 현장 체험
- 재해복구 마을 방문 및 자바 문화 중심지인 욕야카르타 탐방
- 전통 화산 축제 ‘라부안 메라피’ 참가 가능
4. 과테말라 안티구아 – 파카야 화산을 배경으로 한 고산 도시
중미 과테말라의 안티구아는 파카야 화산과 아구아 화산 등 3개의 활화산에 둘러싸인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매년 수차례 화산 활동이 일어나지만, 주민들은 화산을 위험보다는 ‘자연과의 대화’로 받아들인다.
왜 계속 머무는가?
- 스페인 식민시대 건축이 남아 있는 문화 중심지
- 커피 생산지로서 화산토가 품질을 좌우
- 화산에서 흐른 용암이 만든 지형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 건축
여행 포인트
- 파카야 화산 용암 위에서 구운 마시멜로 체험
- 고지대 커피 농장 투어 + 화산 토양 커핑 클래스
- 화산 전망이 가능한 루프탑 카페들
5. 에티오피아 에르타 알레 – 분화구 위에 세운 유목민 캠프
아프리카 뿔 지역에 위치한 에르타 알레 화산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지속적 용암호를 가진 화산으로, 다나킬 사막 한가운데 존재한다. 이 지역의 아파르 유목민들은 화산 근처에서 염전과 가축을 기반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이곳에 왜 사람이 사는가?
- 사막 속 지열 에너지와 지하수 이용
- 염전 채취와 교역 중심지로서의 역사성
- 화산은 두려움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짐
여행 포인트
- 화산 분화구 트레킹 (야간 입장 가능, 극한 체험 주의)
- 사막 캠핑 + 유목민 마을 방문
- 지질·지리학 중심의 교육형 탐사 여행 연계
화산 거주지 여행은 삶의 한계가 아닌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가 보통 ‘피해야 할 자연’이라 여기는 화산은,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자원이자 정체성이다.
화산 거주지 여행은 자연과 적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인간을 마주하게 해준다.
그곳의 사람들은 두려움 속에서 살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익숙한 위험을 삶에 품고, 그것을 통해 더 강인하고 정교한 문화를 만들어낸다.
그 땅을 걷는 여행자는, 자연을 통제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다시 회복하게 된다.